한 여름밤의 꿈

효도르가 졌다. 오일누출은 계속되고, 우리나라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를 몰래 조정 합의했다. 이 주말에 나는 현실감이 없어 더 솔깃한 욕망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술을 마셨고, 그 욕망의 우쭐함과는 대조되게도 여자 가랑이 사이에서 충성을 노래하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웠다. 도리 없음, 대책 없음의 벌건 광염 속에서 우루과이전을 봤고, 술에 취해 누운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희뿌연 하늘을 바라보았다. 빵셔틀 주제에 큰소리만 빵빵 칠 줄 아는 무능하고 부끄러운 나라에서 all the reds를 보는 심정은 조금 답답할 뿐이고, 긴 연휴를 보낸 후 돌아오는 길에는 하룻밤을 잠깐 같이 보냈을 뿐인 여자애에 대한 향수로 가득했다. 긴 연휴처럼 느껴졌던 짧은 주말을 보낸 뒤 다시 돌아가는 일상은 새삼 멍청하고 초라하고, 보잘것없다. 사물에 대한 감각이 달라지고 옳은 것에 대한 본능이 변한 듯한 느낌도, 그 변화에 대한 달콤함도, 뭣도 모르는 한 여름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