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wn wall

자신에게 중요한 사실은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위가 지닌 의미와 행위 배면에 깔린 선택과 판단에 있다.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건 삶의 어느 한 정점에서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아무런 의식조차 없이 그냥 그렇게 바스라져버리는 것이다.

사회적인 어떤 임팩트, 역사적인 어떤 자취와 같은 거창한 뭔가를 원하는 건 아니다. 쉽게 다다를 수 없는 어떤 지점을 설정하고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결국 그곳에 도달하는 것. 쓸데없이 바위를 오르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일이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그 무언가. 모든 것의 결실, 내 모든 것을 표상하는 그 무엇을 원한다.

그곳이 제게 가장 안전한 장소였죠. 제 삶을 풀어나갈 수 있는.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일 년, 제법 친해진 센터장님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첫 자연 바위를 나간 후 포터레지portaledge에서 커다란 달을 보며 차를 마시고 등반하는 것을 꿈꾸게 되었다.

운동의 좋은 점은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종류의 말을 체득했다. 침묵의 말, 침묵을 피하기 위한 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말, 정보를 얻기 위한 말, 친해지기 위한 말, 그저 말하고 싶어서 하는 말, 모든 게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다 보니 결국 말은 의식 없는 그냥 습관적인 말이 되었다. 그리고 말로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이루지 못했다. 말로는 친해질 수가 없다. “친하게 지내자”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몸은 달랐다. 부딪히면서 신뢰가 쌓인다.

15번째 피치에서 토미와 케빈 사이에 생기는 균열이 어떤 식으로 회복되는지, 와이노 타워에서 토미가, 그날 밤 캠프에서의 케빈이 되어 보는 간접경험은 커다란 감동이었다.